” 49세, 두 아이의 아버지인 한 남자가 아내의 불륜과 그로 인한 이혼을 겪으며 느낀 솔직한 감정, 그리고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를 기록한 글입니다. 누군가에게는 그저 한 가정의 이야기일 수 있지만, 누군가에게는 지금 이 순간 겪고 있는 현실일지도 모릅니다. 같은 상처를 겪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, 조심스럽게 그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. “
누군가는 배우자의 불륜을 겪게 되면 분노나 증오 같은 감정에 빠진다고 하더군요. 하지만 제게는 그런 단어들로는 그때의 감정을 도무지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. 처음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았을 때, 마치 몸 안 깊은 곳부터 서서히 얼어붙는 것 같은 차가운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었어요. 분노보다는 수치심, 미움보다는 자아가 무너져내리는 느낌. 말 그대로 세상이 무너진다는 표현이, 그때만큼은 정말 실감났습니다.
처음 며칠 동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. 일터에 나가도 마음은 늘 멍했고, 동료들과의 대화조차 어려웠죠. 일상은 그대로인데, 제 안에서는 모든 게 뒤틀려 있었습니다. 그나마 아이들이 돌아오는 저녁 시간이 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곤 했습니다. 아이들 앞에서만큼은 무너진 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요. 하지만 그 시간도 잠시뿐, 아이들이 잠든 밤이면 또다시 산산조각 난 마음을 붙잡고 힘겹게 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.
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, 그조차 쉽지 않았습니다. 내 불행을 고백한다는 게 왠지 모르게 부끄럽게 느껴졌고, 위로보다는 동정의 시선을 마주할까봐 두려웠어요.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감정도 있었고요.
무엇보다 힘들었던 건, 아내의 불륜이 한 번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. 몇 년에 걸쳐 여러 사람과 관계를 이어온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정말 견디기 힘들더군요. 그래도 내 아내만은 다를 거라고 믿었는데, 그 믿음이 얼마나 허망했는지, 얼마나 제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는지를 나중에서야 알게 됐습니다. ‘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’, ‘타인을 바꾸려 하지 말라’는 말을 예전엔 무심코 넘겼지만, 이제는 그 말들이 진리처럼 느껴집니다. 그리고 그 헛된 희망이 오히려 더 깊은 고통의 씨앗이 되었다는 것도요.

그 당시엔 아내만 다시 돌아온다면 모든 게 해결될 거라 믿었습니다. 아이들을 위해서라도,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죠. 하지만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. 그 모든 확신 속에 정작 ‘나’는 없었다는 걸요. 정말 아내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다시 돌아온다 해도, 그게 과연 상처받은 제 마음까지 낫게 해줄 수 있을까요? 무너진 신뢰와 범죄 피해자처럼 느껴졌던 그 감정들이, 과연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을까요? 쉽지 않은 일이겠죠.
마음이 바닥까지 내려갔을 때,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. 이렇게 계속 가다간 우울증으로 무너질 수도 있겠구나. 그러다 아이들 얼굴이 떠오르더라고요. 그러면 안 되겠다고, 내가 무너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.
그때 저를 살게 해준 건 의외로 아주 소소한 것들이었어요.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 된 명상 채널이나, Calm이라는 명상 앱 같은 것들이요. 그 따뜻하고 조용한 목소리가, 마치 제게만 들려주는 위로처럼 느껴져서 눈물이 핑 돌았던 적도 있었습니다. 매일 밤 아이들이 잠든 뒤엔 빠짐없이 1시간 이상을 걸었습니다. 처음엔 그냥 살기 위해, 그저 견디기 위해 시작했던 걷기였지만, 어느 순간부터 그 시간이 저를 조금씩 되찾아주는 시간으로 변해갔습니다. 누구도 아닌, 오직 저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고요.
그렇게 밤마다 걸었던 길 위에서 저는 스스로를 돌보고, 지켜내는 법을 배웠습니다. 상대에 대한 기대가 아닌, 내 삶을 위한 노력으로 하루하루를 쌓아갔습니다.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그런 작은 실천들이 저를 지탱해준 버팀목이었습니다.
이제는 그 지옥 같던 시간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. 물론 여전히 완벽하게 행복하진 않지만요. 그래도 이제는 저 자신을 조금 더 잘 돌보고, 아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습니다. 그리고 그 밤 산책길은 여전히 저에게 소중한 습관으로 남아있어요.
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, 저처럼 배우자의 불륜으로 마음이 무너져버린 분이 있다면,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. 상대의 변화보다는, 나 자신에게 집중해 보시길 바랍니다.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, 분명히 시간이 지나면 그 고통의 시간들도 하나씩 지나가게 되어 있습니다. 그리고 그 끝엔, 분명히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올 거예요.